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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시멘트 아닌 흙으로 짓는 자연의 건축
구산스님이 주신 ‘집이 뭣고’화두 아직 참구중
‘마음으로 보는 우리문화’ 시리즈 1권 출간

남대문, 석굴암, 송광사 대웅보전, 금산사 미륵전 중수 등 그의 손을 거쳐 가지 않은 한국건축물은 없다. 강의와 건축현장 감독 등의 바쁜 와중에도 최근에 낸 ‘조선의 정궁 경복궁’을 시작으로 ‘마음으로 보는 우리 문화’ 15권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다.

한옥처럼 편안한 미소를 머금은 한옥문화원장 신영훈(67)씨를 지난 8일 문화원에서 만났다. “후대에 무엇으로 남길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현 문화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건축현장의 오랜 경험과 안목으로 현장감 있고 편안하게 건축에 흐르는 미의식과 조형의식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한옥에 살아봤나요”라는 느닷없는 질문. “음식도 먹어봐야 맛을 알듯이 한옥도 살아봐야 그 멋과 여유를 알게 됩니다.” 문화원에서 하고 있는 ‘내집 짓기 강좌’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도 우리 것으로 결국 회귀하는 현상이다. 굵직 굵직한 문화재를 다뤄 온 한국 건축의 대가답게 드러나는 것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쓸 책은 석굴암, 불국사 등 인데 어떻게 하면 문화유산을 남겨준 이들의 마음을 독자들에게 전달할지 고민 중입니다.” 언제나 한국 건축 알리기에 온 힘을 쏟는 문화인답다.

문득 문화원 뒤켠으로 보이는 한옥을 가리키자 한옥에 대한 예찬이 시작된다. “한옥은 말 그대로 자연입니다. 최근 민감한 문제인 전자파는 한옥구조에서는 없는 단어입니다. 나무, 흙, 돌로 구성되는 한옥은 못 하나 없는 결구방식의 특이성 외에도 전자파 조차도 막는 ‘이상적인 건축’으로 영국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서양 건축의 한계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시멘트로 둘러싸인 환경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한옥은 언제나 그리운 어머니의 고향으로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광사 중창불사 가장 기억남아

“한옥은 한국인이 거주하는 곳을 통칭하지요. 한옥이 불교에 익숙한 사가의 살림집 구조에서 발생했다고 본다면 사찰과 한옥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라며 “이제는 현대에 걸맞는 한옥을 이야기 할 때입니다. 언제나 전통적인 구조의 한옥만을 주장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한옥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한옥의 보완성도 정확히 진단하고 미래형 한옥의 비젼을 제시하는 눈빛은 청년 건축가의 모습이다.

그가 처음 미술사에 관심을 갖은 계기는 1955년 중앙고등학교 3학년 시절, 우연히 당시 국립 박물관의 미술과장이던 최순우 선생의 미술사 강의를 듣게 된 것이 외길 인생의 시작이었다.

“미술에 담긴 아름다움을 느끼고 자주 강의를 들으러 나갔습니다. 그 이후 박물관이 남산에서 덕수궁으로 옮겨지면서 유물을 정리하고 관리할 자원봉사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단지 교통비만을 받고도 일을 하는 것만으로 즐거웠습니다”

1959년 수원성 동장대 보수공사를 시작으로 고건축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석굴암, 화엄사 각황전,쌍봉사 대웅전 등 각종 중수 및 보수공사 등에서 감독관을 지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단연 송광사의 중창불사로 꼽았다. 그는 ‘인연 없는 절 일은 안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송광사 방장 구산스님은 나를 불러 ‘집이 뭣고’라는 화두를 주었고, 그 때 법명인 ‘지원’(智圓)도 얻었습니다.” 아쉽게도 그에게 스승이었던 구산스님은 중창불사가 시작되던 해 1983년 입적했지만 결국 10여년 만에 불사를 이루었다. 지금도 화두에 답을 하지 못한다는 그는 “죽기 직전이면 대답을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나중에 스승님을 만나면 부끄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인연 없는 절 일은 안해

1996년 그는 충북 진천의 보탑사 삼층목탑을 지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람들은 처음 일반적인 건축과 거리가 먼 건축물이라고 얘기했지만 궁궐의 잔재 외에는 특별히 내놓을 것이 없는 600년 고도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지금은 그곳이 관광명소가 됐다. “현재 건축물 중에 수십 년이 지나도 석굴암이나 불국사처럼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는 것이 존재할까요.” 갑자기 화두를 던진다. 선뜻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바로 그것이 문제입니다. 지금의 건축교육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오로지 서양문화 일색의 비문화 주거환경을 심화시키는 요인입니다. 건축사를 하는 학도들이라면 21세기 사람들이 살 집의 모습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라는 날카로운 한마디를 던진다. 지금도 바쁜 와중에도 그는 2000년 8월에 설립한 한옥문화원의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전문인반과 일반인을 위한 건축교양강좌 등을 통해 미래 건축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앞으로의 한옥은 미래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집이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 본다면 말이지요.” 그래서 부지런히 세계로 향해 눈을 돌린다. 덴마크 국립박물관에 이어 2000년 대영박물관에 실물 크기의 한옥사랑방은 그곳을 보기 위해 들리는 인기있는 코스가 되었다. 그의 한국건축과 문화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신영훈 선생: 현재 한옥문화원장으로 있고 1962년부터 1999년 까지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역임한 건축사가이다. 1935년 개성 출신으로 목조건축물의 연구와 조영에 참여했다. 전남 승주 송광사 대웅보전(1990), 경북 청도 운문사 대웅보전(1994), 충북 진천 보탑사 삼층목탑(1996), 충남 해미 미륵사 미륵전(2000)의 신축과 중수를 했다. 저서로는〈신라의 기와〉,〈한국의 사원건축〉,〈석불사·불국사〉,〈진천 보탑사와 목탑〉,〈경복궁〉등이 있다.

                                                                                     2003-07-05   기고자 : 임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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