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795 추천 수 2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집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한옥문화원 신영훈 원장(전 문화재 전문위원)은 “우리의 집은 서양의 홈이나 하우스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다. 홈이나 하우스가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인데 비해 집은 ‘삶의 터’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계집이라는 말이 제집(자신의 집·스스로 집을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나왔다거나 자궁을 아기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한다.

삶을 담는 그릇인 집. 한국인의 수천년 주거 문화는 개항 이후 심각한 변화를 겪는다. 전통 주거가 사라진 자리에 서양식 주택이 빠른 속도로 들어섰다. 최근 100여년은 가히 ‘잃어버린 한 세기’라고 부를 만하다.

이 땅에 지어진 최초의 서양식 집(양옥)은 1884년 완공된 세창양행 사택이다. 이후 1900년대 초부터 일본인 거주지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일본식 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 조선주택영단은 영단주택으로 불리는 집을 대량으로 공급했다. 집 짓는 재료는 전통의 흙과 나무에서 ‘근대적인’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변해갔다.

살기 위해 짓는 집은 점점 없어지고 남에게 팔기 위해 지은 집만 늘어갔다.

20세기 한국의 최대 히트상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아파트는 집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집은 사용가치에 투자가치가 덧붙여지면서 사는 곳에서 돈 버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아파트가 처음부터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은 아니다. 최초의 아파트 단지로 꼽히는 서울 마포아파트(1962년 완공)는 입주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미달 사태를 겪었다. 마당도 없이 높은 층에 사는 삶이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가 편리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면서 1999년 국내 주거 형태에서 아파트가 단독주택을 처음 제쳤다.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남의 머리를 발로 딛거나 남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다.

우리 집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건축사(史) 상의 문제가 아니다. 한옥에선 방이 좁으면 대청으로, 마당으로 손님을 모셨다. 아파트에선 바깥의 식당으로 나가야 한다. 된장이나 김치도 담을 수 없고 제사상이나 병풍을 보관할 공간도 마땅찮다. 이사하면서 세간을 자꾸 버리게 된다. 집이 품고 있던 문화가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신 원장은 “국내 건축학과에 한옥을 정식으로 가르치는 곳조차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과연 우리는 집을 잃은 민족이 되자는 것인가.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기사입력 2004-04-22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7-16 13:3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7 `일본속의 한옥 탐방` 학술기행 外(중앙일보) 운영자 2009.07.09 2793
166 불교문화사업단, 안동 문화탐방 여행 (불교신문) 운영자 2009.07.16 2788
165 한옥의 빛과 조명` 18일 공개 강좌 (중앙일보) 운영자 2009.07.13 2787
164 송광사 서울분원 법련사 상량식(조선일보) 운영자 2009.07.03 2778
163 우리시대의 대목 신영훈 “집은 사람을 담는 그릇” (불교신문) 운영자 2009.07.10 2777
162 화덕(조선일보) 운영자 2009.07.03 2770
161 남산골 한옥촌 '날림 공사'(조선일보) 운영자 2009.07.07 2763
160 30일부터 청소년 한옥 교실 外 (중앙일보) 운영자 2009.07.13 2759
159 '압구정' 600년 거슬러 다시 태어난다 (조선일보) 운영자 2009.07.17 2758
158 [문화재X파일]화려한 다보탑, 그 유래는? (동아일보) 운영자 2009.07.08 2757
157 마당 가꾸기"우리문화 이웃문화"(조선일보) 운영자 2009.07.03 2755
156 우리 몸에 꼭 맞는 집!(한겨레) 운영자 2009.07.09 2753
155 태극무늬"우리문화 이웃문화 36"(조선일보) 운영자 2009.07.06 2750
154 [사진계 뉴스] 김대벽 추모사진전 기획한 장명희 운영자 2009.07.20 2748
153 [주말문화 UP 베스트10]내 생애 꼭 봐야 할 문화유산들 (동아일보) 운영자 2009.07.16 274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

(우)03056 서울특별시 종로구 계동길 103-7 전화 : 02-741-7441 팩스 : 02-741-7451 이메일 : urihanok@hanmail.net, hanok@hanok.org
COPYRIGHT ⓒ2016 한옥문화원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