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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본주의 상징" 경복궁 해태가족상
•  일월오악 병풍 중국에도 없어
• 해-달-영산 등 주권의식 상징
• 한국영향 받은 오키나와병풍엔 산은없고 물만
  
중국에 가보지 못하고 책만 읽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생각으로는 경복궁(조선왕조의 정궁궐)은 북경 자금성의 축소판으로 조성되었으려니 하였다.

막상 가볼 수 있게 되어 벌써 10여번 실견하면서 자금성과 경복궁이 서로 다른 개념을 바탕에 두고 경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막부가 설치된 이래 실권없는 천왕을 위하여 격조있는 왕궁 경영에 인색하였던 일본에서는 뛰어난 궁실건축(왕궁에 소용되는 모든 건축물들)이 별로 없다. 자연히 제외될 수밖에 없다.

자금성 중요 전각은 권위있게 보이려 높게 지었다. 그래서 석조한 월대(월대라고도 씀. 건축물 기단의 한가지. 보통 기단에 비하여 규모가 크고 여러가지로 장식됨)를 삼중(세벌대)으로 설치하였다.

각층 월대에는 돌난간을 돌렸고 난간 기둥을 세웠다. 네귀퉁이에도 세웠는데 이 기둥은 45도 각도로 앞으로 튀어나오게 된 석재의 뒷몸에 올라서 있다.

자금성 월대에서는 45도로 결구(짜서 맞추어 완성시킨 것)된 귓기둥 아래에 거대한 이무기 조각이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당장 뛰어내려 으르렁 거릴듯 싶게 생긴 형상이다. 험상궂다. 권위의 상징이라 한다.

경복궁 근정전 월대는 상하의 두단이다. 역시 돌난간이 있고 귓기둥도 섰다. 45도로 튀어나온 부재도 있는데 거기에 아비, 어미와 어미 가슴팍이나 등허리에 기어 오르는 귀여운 새끼 해태가 조각되어 있다. 해태 가족인데 아비와 어미는 나란히 엎디어 뒤를 돌아다 보고 있다. 임금님의 왕화(왕의 교화)를 받겠다는 자세이다.

저와 같은 백성들을 위하여 어진 정치를 하겠다는 임금의 염원이 거기에 담긴 것이다.

불철주야 그런 생각을 돈독히 하고 있다는 표상으로 저런 해태가족상을 채택하였다. 조선왕조의 건국이념이 인본주의이었음을 알리려는 표방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본주의의 이론적 뒷받침은 홍익인간의 사상이다.

19세기에 흥선대원군이 중건한 경복궁에 개국이념인 단군의 홍익인간이 부회되었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견강이 아니냐고 눈을 부릅 뜰 수도 있다.

잠시 근정전으로 가볼 필요가 있다.

근정전 중심간 안통에 임금님이 올라가 앉는 탁자인 어좌가 있다. 임금님이 착석하는 의자 뒤에 커다랗게 그린 일월오악병이 있다. 임금이 앉으면 병중의 그림이 배경이 된다.

의궤(조선왕조의 여러가지 제도나 행사를 치른 뒤에 간행하는 보고서류)에서 보듯이 임금님이 행차하면 어디를 막론하고 이 병풍이 교의(의자) 뒤편에 자리잡도록 되어 있다. 임금님의 후광인 셈이다.

붉고 둥근 것이 햇님, 희게 둥근 것은 달님이다. 다섯의 우람한 봉우리가 우뚝우뚝 솟고 큰 물줄기가 폭포가 되어 쏟아지고 있다. 파도가 넘실거리고 기슭에는 낙락장송과 불로초가 싱싱하게 자생하고 있다. 아주 실감나게 그렸다.

일월이 우주의 상징이라면, 오악은 강역내에 있는 유수한 영산이 된다. 영산을 대표하는 삼산과 오악은 나라에서 큰 제사로써 받들던 위대한 산이다. 대사를 잡숫게 하는 것이 개국 이래의 제도이었다.

환웅이 환인의 명을 받고 내려온 곳이 산이다. 단군도 태백산에 내려와 신단수 아래에서 백성을 교화하였다. 신라의 육촌주들도 산을 근거로 삼았고 김수로왕도 귀지봉을 탄생의 무대로 삼았다.

한국인에게 산은 산천정기를 주는 근원이고 탄생의 기원이다. 인격의 도야도 산에서 해야하며 죽어서도 산으로 돌아가 산소에 묻혀야 안심이 되었다.

일월오악병 그림 속에는 개국 이래 지향해온 이상성이 함축되어 있다. 단군이 백성을 교화하는 목표로 수립한 홍익인간의 취지도 생생하게 담겨있다.

지금까지 열심히 조사하여 본 바로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일월오악병이 없다. 유사한 것이 유구국(현재의 오키나와에 있던 왕국) 상씨 왕조에 있을 뿐이다. 섬이라 뛰어난 영산이 없고 주변에 넘실거리는 파도의 창해만 창창할 뿐이어서 그림에서는 산을 제외하고 파도만 가득하게 그렸다.

임금과 좌우 신하들 복색이 조선왕조 그대로이다. 그림 뒤편에 보이는 창에는 우리나라 띠살무늬의 덧문까지도 고스란하다. 조선의 영향이다.

옛날 우리나라에는 까다로운 중국사신이 자주 왔다. 그들은 까탈이 많고 교만하며 트집잡기를 권위인양 부렸다. 그런 사신을 접견하는 장소에도 가장 조선조적인 장치를 하고 있다. 일월오악병은 역대 중국왕조에 없었다. 그만큼 조선왕실은 주권의식이 투철하였다는 증좌가 된다. 흔히 사대주의를 거론하지만 그것은 한 국가의 외교적인 방편이었다. 그런 사실을 우리는 경복궁 월대에서 생감있게 감지한다. <글=신영훈 문화재 전문위원>

                                                                                  발행일 : 1995.05.16  기고자 :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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