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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궁/신영훈 지음·김대벽 사진/389쪽·4만2000원·한옥문화

경복궁 근정전의 귀퉁이 난간기둥 아래 튀어나온 돌에는 해태 두 마리가 엎드려 뒤돌아보는 모습이 조각돼 있다. 이들이 일어나 있다면 그 자리에서 떠나려는 자세가 되어 배반의 표상이 되지만 엎드려 뒤돌아보는 모습은 임금의 은총을 기대하는 순응의 형상이다. 두 마리는 아비와 어미이고, 자세히 보면 어미 가슴팍에는 작은 새끼 한 마리가 안겨 있다.

아호를 ‘목수(木壽)’로 짓고 목수(木手)임을 자처하는 고건축 전문가인 지은이가 우리의 궁궐을 바라보는 눈은 이처럼 세밀하다. 그의 시선에는 우리 문화의 정곡을 읽어 내는 따뜻함과 섬세함이 있다.

그는 나아가 베이징(北京)의 쯔진청(紫禁城) 태화전 귀퉁이 기둥의 조각과 비교한다. 그 기둥에는 잔뜩 성이 난 듯한 표정의 이무기가 조각돼 있다. 청나라 북방민족의 왕권이 한족(漢族)을 다스리기 위해선 당장 작살낼 듯한 권위와 협박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풀이한다.

문화재 전문사진가의 384컷에 담긴 궁궐의 영상미를 장인의 눈으로 풀어 낸 이 책은 궁궐 나들이 전 ‘가상탐방’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안내서다. 흔히 5대 궁이라 불리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과 궁궐 내 동산인 후원(後苑), 역대 임금과 왕비의 신주를 봉안한 종묘를 각각 따로 묶어 구성했다.

먼저 경복궁에 들어가 보자. 경복궁 근정전의 넓은 마당엔 널찍널찍한 돌(박석)이 깔려 있다. 그 박석에는 커다란 쇠고리가 박혀 있다. 무엇에 썼던 것일까.

지은이는 근정전 앞에 높직하게 구름차일(遮日)을 치고 뙤약볕을 가린 옛 그림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차일 끈을 든든하게 매기 위한 쇠고리였던 것. 하지만 지은이의 궁금증은 계속된다. 어떻게 그 돌을 뚫어 쇠고리가 빠지지 않게 박았는지, 차일에 무슨 헝겊을 썼는지, 그 크고 긴 차일을 어디에 보관했는지….

지은이의 세심한 눈은 왕비의 처소인 교태전 남쪽 벽에 뚫린 작은 구멍에도 한동안 멈춘다. 이 작은 구멍은 온돌에 부설된 굴뚝이라고 설명하면서 지은이는 “지식과 앎에 대한 수련은 눈 닦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 부족과 그 문제점도 지적했다. 창경궁의 경춘전은 대비의 침전이다. 그런데 내부를 보면 완전히 트고 전체를 마루로 깔았다. 일본인들이 이렇게 변형한 것이다.

지은이는 “마치 일본 순사들의 무술도장 같은 분위기다. 복원을 좋아하는 문화재청이 왜 이곳의 원형을 복원하지는 않는지 모르겠다”고 꼬집는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전각의 형태를 직접 펜으로 그려 넣은 궁궐의 배치도. 궁궐의 소재와 전각의 위치 명칭 연혁 등을 수록한 ‘궁궐지(宮闕志)’를 토대로 현재 남아 있는 것과 사라진 것을 표시해 궁궐들의 원래 규모가 현재처럼 옹색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수리 과정에서 변형이 심한 곳에 대해서는 본래의 모습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기사입력 200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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