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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지원 사회적기업 만들어 ‘생짜’ 50명 못질부터 현장교육
지난달 31일 충북 청원군 북이면 영하 1구. 날씨가 풀리며 밑둥을 걷어올린 비닐 가건물 여기저기 목재가 쌓였고, 전기톱, 전기 대패, 끌, 나무 망치 등 목공구가 널려 있다. 목수인 이연훈씨의 치목 작업장이다. 20~40대 젊은이 6명이 목재를 깎거나, 자르거나, 다듬고 있었다. 전날 내린 비로 한옥 신축 현장을 공친 이 목수가 내준 숙제를 하는 중이다. 두 개의 목재를 잇는 엇걸이산지를 다듬고 누마루 밑 장식재인 ‘낙양’을 조각하기다.
충남 연기에 사는 김덕엽씨는 5시반 새벽 댓바람에 일어나 아침 7시30분까지 맞춰 왔다. 옛 편의점 주인 김명식씨는 15cm 석가래못을 제대로 못박는다고 지청구를 들었다. 육체 노동이 처음이라는 박종명씨는 벌써 한옥 예찬론자가 됐다. 막내 민지현씨는 이 목수의 불호령이 무섭기는 하지만 원하는 일을 하게 돼 무척 만족스럽다.

비영리단체인 한옥문화원(원장 신영훈)이 ‘큰일’을 냈다. “한옥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현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직원 50명으로 ‘사회적 기업’인 한옥 사업단을 꾸린 것. ‘사회적 기업’은 영리 사기업이 간과하기 쉬운 틈을 메우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자는 뜻으로 노동부에서 일정 기간 급여를 지원하는 비영리반-영리반의 기업. ‘아름다운 가게’가 지원 1호로 현재 200여곳에 이른다.

현장에서 먹고자며 이 목수한테서 목공을 배우는 이들은 모두 한옥 사업단 직원들. 올해 2월 2대1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이들은 목공(16명), 미장(10명), 와공(10명), 도배·칠(7명), 관리·연구(7명) 분야로 나눠 두달째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을 가르치는 강사는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인 이연훈(52·대목), 김진욱(52·미장)씨와 중요무형문화재인 이근복(58·기와), 김표영(84·도배)씨 등 해당 분야에서 내로라는 전문가들이다.

“기업에서는 싼값에 맞춰 한옥을 지으려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한옥을 지을 수 없지요. 한옥 사업단은 잊혀진 한옥의 원형을 현대에 맞게 되살려 많은 사람들이 한옥에 사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사업단장을 맡은 장명희(55) 부원장의 말이다.

사라지는 한옥의 전통을 되살리자며 2000년 문을 연 한옥문화원으로서는 이번 사업이 최대의 모험이다. 10여년 동안 한옥 체험, 한옥짓기 과정 등 일반인 상대로 강좌를 열고 한옥 신축은 물론 아파트의 한옥식 개조를 주도했지만 직접 직원을 거느리고 한옥을 짓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세상 돌아가는 것하고는 거꾸로다. 남들은 기능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아예 ‘아웃소싱’해서 하청을 주는데, 문화원에서는 기능직을, 그것도 웬만한 중소기업 규모를 웃도는 인력을 뽑아 기업체를 만들었다. 최소한 5년은 현장에서 굴러야 한몫을 한다는 한옥 분야에서 거의 생짜배기들인 사람들을 모아서 못 박는 것부터 가르치겠다니….

“좋은 취지인데,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한옥이라는 게 속이 꽉찬 일이라 제대로 알지 않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러자면 취지를 알고 적극 동조하는 인력이 있어야만 합니다.”

서울 계동, 청주·보은, 화성, 부여 등지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끝나면 직원들은 5월부터는 현장에 배치되어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된다. 장 단장은 ‘모델발굴형’이라 인건비를 6개월 지원받는데다, 한옥 일 자체가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라 큰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장 돈이 된다면 기업들이 달려들겠지요? 금방 효과를 바라고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죠. 길게 보아 수요는 충분합니다.” 물정 모르는 짓인지, 배포가 큰 짓인지 판가름 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200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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