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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스런 한국선 인위적인 중국선
• 한국
• 좌우로 들어올린 처마곡선 입체적
• 중국
• 하늘 향하던 선끝 꺾여
• 일본
• 막서까래 사용 수평이뤄

자흔 서까래 걸어

"이만큼 오셔야 잘 보입니다. 바라 보시면 처마곡선이 좌우로 솟아오르고 있는 것이 보일겁니다. 고드름 달리는 기와골 끝이 처마입니다. 추녀에 고드름 이 달린다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은 잘못 안 것입니다. 추녀는 처마 귀퉁이에 45도 각도로 걸린 굵은 재목을 말합니다. 부연이 있는 겹처마집에서는 안쪽 깊숙한 자리에 있습니다. 추녀에 고드름이 달렸다면 그집은 폐가인 셈이 됩니다. 멀쩡한 집을 폐가로 만드신다면 큰일이죠. "

좌중에 웃음기가 번진다.

공동답사 하는 날 경복궁에 가서 지붕이야기를 할 때면 근정전이 바라다 보이는 위치에 가야 잘 볼 수 있다고 안내한다. 요즈음은 들어가기 어렵지만 전에는 북쪽으로 가서 남향하고 서면, 향오문 사정전 근정전의 지붕이 차츰 높아지면서 중첩해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멋진 장면이다.

좌우로 들린 처마곡선이 날렵해 보인다. 마치 승리의 춤을 추듯이 두팔 벌려 하늘을 향한 듯이 생겼다.

처마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걸려있는 서까래의 궤적에 의하여 선이 이룩된다. 단순한 선이 아니다. 서까래끝을 기계적으로 나열하고 말았다면 처마곡선은 가차 없는 수평이 되고만다.

우리나라 지붕의 서까래는 위치에 따라 각도를 달리하도록 다듬는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다. 기술적으로는 자흔 서까래 를 걸었다고 한다. 막서까래와 다르다는 뜻인데 처마 네귀퉁이 추녀 좌우로 부채살 펴듯하는 선자서까래와 각도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다.

중국, 10세기 이후 일본 건축물에서는 선자서까래법이 사라진다. 막서까래밖에는 걸 줄 모르게 된다. 그러니 거침없는 수평이 되었다. 우리와 같이 천연스런 선이 아니라 인공적인 일직선이 되는 것이다. 수평인 점은 서양건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선자서까래 조성기법이 그만큼 까다롭고 복잡하며 좋은 소나무로 둥글게 다듬지 않고는 이룩하기 어렵다. 이런 여건이 작용하여 중국과 일본의 지붕을 수평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과장된 중국의 처마

"다시 한번 보시죠. 앞에서 보면 좌우끝이 들려 보입니다만 저편 동쪽편 처마에서 아실 수 있듯이 이번엔 좌우 끝은 앞으로 나오고 중앙부분은 안으로 휘어들어가 있습니다. 목수들은 안허리가 잡혔다 고 말합니다. 잘 모르시겠으면 따라오시죠. 이쯤에서 올려다 보시죠. 바로 처마가 올려다 보이지요. 분명히 좌우의 끝은 나갔고 중앙부위는 휘어들었죠. "

무심히 볼 때는 모르겠더니 과연 그렇구나 하는 놀라움이 번진다. 이렇게 하자면 서까래 길이들이 위치에 따라 달라야 한다. 그래야 그 궤적을 쫓아 선이 이룩된다.

수평으로 조성해도 족한 처마에서는 이런 서까래 각도나 길이와 그에 따른 궤적은 생겨나기 어렵다.

"앞에서 바라 보아 좌우가 들린 선을 1차원의 선이라 한다면 밑에서 올려다 보는 또하나의 곡선을 2차원의 선이라 부를 수 있겠죠. 그렇다는 것은 우리 지붕 처마곡선이 입체적이란 뜻이 됩니다. 세상 어느 지붕에서 이런 입체적인 구조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연로한 분이 말씀하신다.

"양자강 일대 중국의 중원 남쪽지방 건물 처마에는 월등히 강한 곡선이 있어. 마치 창공에 두팔을 벌리고 대허를 긋는 듯한 철학적인 곡선이지. "

보고온 경험에서 나온 지적이다.

"중국의 처마곡선은 또하나의 인위적인 것이고 과장의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창공을 향하여 뻗던 선의 끝이 거침없이 꺾이지 않았습니까. 허공으로의 철학적인 진출이 아니라 의도한 바의 끝을 보고 만 종말입니다. "

중국의 지붕들은 여백을 주려는 노력이 아니라 충만을 향한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인위에서 시작하고 인공으로 마감해야 하는 중국식 미감의 발휘다. 이것을 천연스럽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천연이 이루는 우연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철저하다.

용마루도 천연곡선

북경 자금성에 들렀다. 조선일보의 아! 고구려 문화유적탐방단원들과 고구려 수도 집안을 돌아보고 귀국하는 길에 안내했다. 단원들은 규모가 장대한 것에 놀라움을 표시한다. 그러다 자세히 보면서 놀라움은 회의로 변한다. 장대한 만큼 지붕의 용마루도 길쭉하다. 정확하게 수평으로 구조하였다. 그런데 사람의 눈은 용마루가 길수록 좌우가 처져 보이는 착각을 한다. 착시현상이라 부른다. 착각의 교정은 건축술에서 높은 경지다. 우리건축 용마루는 처음부터 좌우가 휘어오르게 구조하였다. 착각의 교정 이 당초부터 의도되고 있다.

2차원의 처마구성은 치밀한 계산과 시공을 통해야만 완벽하게 된다. 빈틈의 여지가 없다. 1푼(3㎜)을 가지고 다툰다. 용마루 곡선 잡는 일은 기와장이가 한다. 두사람이 양편 끝에 서서 동앗줄을 늘린다. 동앗줄은 아무리 힘써 잡아당겨도 가운데가 처진다. 만유인력 때문이라 한다. 우리의 기와지붕은 이런 선을 갖는다. 인위적인 선이 아니다. 천연의 선이다. 천연으로 지붕 전체를 뒤집어 씌운 형상인 것이다. 송광사 방장실에서 구산 스님은 도는 천연스러운데서 시작한다고 하셨다. 인위가 충만한 집보다 천연스러움이 만면한 집이 월등히 격이 높고 인간에게 진실과 아름다움을 공여한다는 가르침으로 나는 받아들이고 있다. <글=신영훈 문화재 전문위원>

                                                                                  발행일 : 1995.03.28  기고자 :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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