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동 쌈지길 장지방 매장의 다양한 한지.김태성 기자
"직사광선이 실내로 들어오면 얼굴에 그림자가 진다. 시간에 따라 빛의 각도가 변해 안정되지 못하다. 창호지는 빛을 산란시켜 실내를 늘 밝게 유지한다."
(한옥문화원 신영훈 원장)

아파트와 한옥은 빛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르다. 창호지문 덕분이다. 여기엔 한지가 쓰인다. 한지의 주원료는 닥나무 속껍질이다. 좋은 한지는 물과 닥피, 닥풀이라 부르는 황촉규 뿌리 진액만으로 만든다. 100% 천연재료다.

4대째 한지를 만들고 있는 경기도 가평의 장지방(張紙房)에선 천연재료만 사용한다. 정교한 수작업이 필요한 건 물론이다.

우선 12월부터 4월까지 닥을 베어 껍질을 벗긴다. 닥피는 잿물에 8~9시간 삶는다. 삶은 닥은 일일이 씻어 티를 골라낸다. 이렇게 잘 골라낸 닥피를 기계로 간 뒤 물에 풀면 솜처럼 곱게 풀려나온다. 여기에 응집력을 주기 위해 닥풀을 넣고 발틀로 종이를 떠낸다. 틀로 떠낸 종이는 기계로 말린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종이의 조직이 균일해지도록 방아찧듯 두드린다. 도침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나온 한지에 쪽. 개망초 등으로 염색해 색지를 만든다. 기름을 먹여 장판지도 만든다. 옻칠을 하기도 한다.

칠공예 연구가 홍동화씨는 "한지에 옻칠을 하면 아기살 같이 보드라우면서도 따뜻한 맛이 난다. 밤색 옻칠지를 장판으로 깔고 물에 불린 콩을 자루에 담아 바닥을 문지르는 콩댐을 하면 노란빛을 띤다"고 말한다.

한지는 마치 살아 있는 듯하다. 벽과 바닥, 문에 발라진 채 실내의 습도를 조절한다. 집안이 습해지면 한지가 물기를 머금고 실내가 건조해지면 머금은 물기를 뱉어낸다.

표구연구가 고수익 씨는 "한지 도배를 할 때는 칼로 자르지 말고 물 묻힌 자로 금을 그은 뒤 손으로 살살 찢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절개면이 표시가 안 난다. 아이들이 장난삼아 창호지문을 뚫어도 이렇게 찢은 창호지로 때우면 감쪽같다.

장지방 4대 장성우 씨는 "한지로 도배를 하면 습도를 조절해줄 뿐 아니라 냄새를 빨아들인다. 한지는 불에 타도 그을음이 없고 유독가스가 나오지 않아 안전한 집재료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권근영 기자
200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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