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06 10:52

화살(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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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상보다 생포"무용총무사의 지혜(우리문화 이웃문화 33)
• 화살촉 석류처럼 생겨
• 무사얼굴엔 살기대신 여유
• 고구려 유리왕때 기록 나타나
• 요즘 위글족 궁사들도 사용
    
자주 광화문 앞을 지나 다닌다. 얼마 전에 세운 광화문 뒤의 거대한 그림이 또 눈에 들어왔다.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도 그림에 있다. 동행한 분이 누구의 발상인지 놀랍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더니 원래 다보탑은 동편에 있고 석가탑이 서쪽에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불국사에서는 그렇다고 하였더니 "아아, 총독부가 모든 일을 뒤집고 들어선 그런 역사적 사실을 풍자하려 저렇게 철학적인 표현법을 구사하였나 보죠. " 혼자소리 처럼 한다.

나는 탑 위쪽에 그린 그림에 더 관심이 간다. 동십자각 쪽으로 머리를 두고 준마 한 필이 달리고 있다. 날렵하게 생긴 말을 타고 상반신을 뒤로 돌린 채로 사슴을 향해 활(각궁) 시위를 당겼다. 멋진 뿔이 달린 숫놈과 당차게 생긴 암놈 한 쌍이 산 저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생사의 긴장된 순간에 여유가 있고, 시위를 당긴 무사의 얼굴에서는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큰 산 이쪽에서는 호랑이가 쫓기고 있다. 검정 사냥개를 거느린 말탄 무사가 역시 활에 살을 먹이고 뒤쫓는데 호랑이의 겁먹은 표정이 역력하다. 그림 아래쪽에도 시위를 당긴 무사가 달린다.

원 그림인 고구려의 무용총 벽화에는 말탄 무사가 더 있다. 그들에게서도 역시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나의 주목은 활에 걸린 화살의 살촉이 보통의 것과 다르게 생겼다는 데에 있다. 여러 무사의 화살촉이 한결같이 마치 석류처럼 생겼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맞으면 꽂히는 그런 살촉과는 다른 종류다.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시장(시장 화살 만드는 장인)이 만들고 있는 오늘의 궁사를 위한 화살에는 그런 촉이 없다. 고분에서 출토하고 있는 화살촉에서도 보기 어렵다. 가야시대 고분에서는 화살이 다발로 출현하였는 데도 그런 촉은 없었다. 경주 사정동에서 출토한 넓은 면을 가진 벽돌에 선각한 신라시대 수렵도의 화살촉도 뾰족한 형태이다.

이 사정동 벽돌그림과 아주 유사한 것을 돈황 가는 길에 들렀던 주천에서 보았다. 주천에는 만리장성의 서쪽 끝에 해당하는 가욕관이 있는 지역이기도 해서 많은 문화유적이 있다. 벽돌그림은 진묘로 불리는 벽돌로 쌓은 무덤의 벽돌에 새긴 것을 탁본한 것이었다.

돈황석굴 앞에서 파는 탁본의 수렵도는 무용총 수렵도와 아주 흡사하다. 달리는 말, 시위를 당긴 무사, 쫓기는 한쌍의 사슴, 심지어 삼산형의 산을 그린 것 까지가 비슷하다. 다르다면 무사의 복색과 화살촉이 뾰족하다는 점이다.

고구려의 다른 벽화 수렵도에서도 뾰족한 화살을 사용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이는 그야말로 사냥을 하는 모습인데 평강공주가 애쓴 보람으로 성장한 온달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도 사냥터에서의 뛰어난 솜씨 때문이었다.

고구려에서는 항상 삼월삼짇날이면 낙랑 언덕에 모여 사냥을 하고 그날 잡은 산돼지-사슴으로 하늘과 산천에 제사 지내는데, 그날에는 왕이 나가 사냥하고 여러 신하들과 오부의 병사들도 모두 따라 나섰다.

온달은 남보다 앞서 달리며 많은 짐승을 잡으니 당장 두드러졌다. 임금이 놀라워 불러 물으니 그가 평강공주의 남편이었다. 온달은 장군이 되어 여러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다.

온달의 성장은 피나는 노력이었다고 하겠다. 고구려 무사들은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쏘아 과녁을 명중시키는 훈련을 하였고, 그것으로 시험을 치르기도 하였다. 그런 장면이 덕흥리(평남 대안시)고분 벽화에 그려져 있다.

그림에는 기마사희 라 쓴 글자가 있어 수련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곧 알 수 있다. 다섯 개의 말뚝에 표적을 만들고 두 명씩 말을 달리며 쏘아 맞히는 놀이이다. 두 명의 심판이 지켜보고 있고, 한 사람이 성적을 붓으로 적어 넣고 있다. 그의 머리맡에는 사희주기인 이라 썼다.

고구려인들이 왜나라에 건너가서도 이 수련을 계속하였던 것 같다. 그것이 유습이 되었는지 오늘에도 일본의 몇몇 신사에서는 달리는 말에서 활을 쏘아 표적 맞히는 놀이를 하는데 이를 야부사메(유적마)라 부른다.

사냥이나 수련에 쓰는 화살은 끝이 날카로워야 기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헌에 평편촉이라 한 것이 그런 종류에 속하리라 보인다. 기록에는 또 오적촉(명적촉)이 있다.

이는 쏘면 소리내며 날아가는 화살인데, 어느 학자는 광화문 뒷그림에 등장한 무용총 벽화의 석류처럼 생긴 화살촉이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같은 석류 모양의 화살촉은 위구르족의 궁사들이 오늘에도 쓰고 있다. 살상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기절시켜 생포하는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주목할 기록이 있다. 고구려의 두번째 임금님이 유리왕이다.19년과 21년에 희생을 바칠 돼지가 달아나는 사건이 있었다.

19년에는 뒤쫓아 간 관리가 돼지를 잡자 마자 다리를 잘라버렸다. 임금이 노하여 하늘에 제사지낼 돼지에 상처를 냈다고 구덩이 속에 던져 죽였다. 21년에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 끝까지 따라가 생포하였다. 돼지가 지금의 국내성이 있는 집안까지 도망을 갔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최초의 수도였던 홀승골성에서 압록강가의 집안으로 천도하게 된다.

이 기록에서 희생에 돼지를 바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는데, 나는 그 돼지가 집에서 사육하는 집돼지가 아니었다고 해석하려 한다.

최초의 서울이던 지금의 환인에서 오늘의 집안까지 승용차로 달리는데 여러 시간이 걸렸다. 신작로가 아무리 우회한다 해도 두 지역의 간격은 아주 멀다. 그런 거리를 말탄 사람이 쫓아가는데 도망친 돼지라면 들짐승이어야지 집돼지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산돼지라면 처음에 생포하지 않았다면 도망칠 수 없었을 것이다.

덫으로 잡는다든가 하는 생포의 방법이 또 있겠지만 상처 입힐까 걱정이 된다면 화살로 잡는 일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살상용 화살은 쓸 수 없다. 그렇다면 잠시 기절시키는 기능의 화살을 사용할 수밖엔 달리 도리가 없다.

무용총 기마 무사의 석류형 화살촉이 그런 기능의 것이라 가정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고구려인 생활의 한 단면을 볼 수 있게 되고 그들의 지혜에 직면하게 된다.

광화문의 뒷그림은 우리를 일깨우는 좋은 소재를 제공해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나는 오늘도 그 앞을 지나며 다시 그림을 보고 있다. <신영훈 문화재 전문위원>

                                                                                 발행일 : 1995.11.02  기고자 : 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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