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에 시작한다고 어서 가보라고 연구소 사람이 알려주길래 집에 들러 카메라를 찾아들고 좀처럼 타지 않는 택시를 불러 타고 부지런히 갔더니 東大寺는 남대문밖부터 벌써 어수선하고 사람들이 물결을 이루며 二月堂 쪽으로 가고 있기에 그 꽁무니에 따라 붙어 바싹 다가서 갔다. 앞에도 가득한 것이 사람 머리이고 뒤로도 어느덧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는데 앞에 가는 사람들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언덕위로 올라가는 층계 못 미쳐 이만큼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확성기에서는 나라경찰서의 안내라고 하면서 그 자리에서 다음 차례가 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달라고 한다.
꼼짝달싹 못하도록 배긴 사람 틈바구니에 섰는데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더러는 나무가지가 가려서 보기 어려운데 일본에 와서 모처럼 만에 별 구경을 하고 있다. 더 좀 많이 볼 수 있을까싶어 나무가지를 피해보려 하나 어림도 없다. 나무 한 그루 잘라 집 한 채 짓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 나무도 조금만 더 크면 그런 소리 들을 만 하겠다.
뒤통수에 대고 쇳된 목소리의 여인이 아까부터 쉴새 없이 재깔거리고 있다. 안내방송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인데 서넛이 맞장구를 치며 깔깔거리는데 도시 안중에 이웃이란 없는가 보다. 어찌 생긴 여인인가 싶어 슬쩍 뒤돌아보니 50줄에 들어서 막판의 여인 같은데 친구끼리 오랜만에 만났나 보다.
7시 반이 넘었는데도 옴짝달싹 못하고 한 자리에 서있어야 하였다. 이 행사를 설명하는 안내방송이 계속되고 있으나 재깔거리는 쇳된 목소리로 해서 반도 채 알아듣기가 어렵다.
동대사의 이월당에서는 752년부터 이 행사를 시작하였는데 승려들이 修二會를 조직하고 매년 2월20일에 別火를 지피기 시작하면서 수행을 시작하여 3월 17일 까지 지속적으로 行儀를 계속하며 3월 12일에 다락 건물인 이월당에서 긴 대나무에 솔가지 수Kg을 묶어 불을 당겨 부정을 소멸하고는 건물 밖 퇴마루로 나와 달리면서 흔들어대면 불길과 불꽃이 흐트러지면서 장관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 불길만 보아도 일년 내내 궂은 일이 다 소멸된다는 덕담도 이어지고 있다.
생전에 보지 못하던 장관을 보려나 보다 하고 기다려 보지만 아직 좀처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다들 끈질기게 버티고 있다. 중도에 더러 기권하고 돌아갈 만도 한데 한 사람도 되돌아서는 사람이 없다.
8시가 가까워 오니 급히 나오느라 저녁을 먹지 못한 배가 고프다고 신호를 보낸다. 돌아서서 나갈 까 하는 충동도 일어나지만 어려서 은근과 끈기를 배운 민족인데 싶으니 버티기로는 이들에게 지고싶지 않아 그냥 그렇게 하고 있는데 여전히 재깔임은 숨도 쉬지 않는지 계속해서 떠벌리고 있다.
8시가 다 되어서야 먼저 구경한 1진이 물러가고 지금부터 기다리는 2진, 3진이 차례로 층계로 올라가 이월당으로 향한다고 한다. 갑자기 함성이 터진다. 대형 컴퓨터에서 그 소나무 가지에 불을 지핀 松明의 모습이 중계되고 있었다. 뒤에서 볼 수 없던 것이어서 그런지 연상 감탄사가 사방에 울려 퍼지고 있다.
층계를 올라서 이월당이 바라다 보이는 자리에 갔을 때 솔가지 불길이 퇴마루를 내달렸다. 일시에 함성이 터진다. <스고이 - 대단하구나>하는 쇳된 여인의 목소리가 완전히 주변을 압도한다.
그것을 올려다 보았을 뿐 행렬 따라 이동하도록 수십 명의 경찰관들이 유도하고 있어서 도리 없이 물결에 밀려 지나치고 말았는데 뒤돌아 보아도 이렇게 허무맹랑한 일이 있기 어렵겠다. 사진 찍으러 머물면 뒤에서 밀어저치는 바람에 사진 한 장 찍지도 못하고 어둠 속으로 밀려나서 내려오는 수밖에 없었다. 벌써 시간은 9시를 넘어섰다. 그래도 주변의 목소리들은 불평 한마디 없고 투덜거리는 사람도 없으며 오히려 좋은 것 보았다는 감탄과 환희가 그들에게 넘치고 있었다. 어구에는 시골에서 대절해온 관광버스 수십 대가 진을 치고 있다. 그 환희를 맛보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찾아들었는데 관광버스에는 동대사의 <御水取祭>--오미스도리--에 참가한다는 큰 광고 안내판을 달았다.
선전하는 안내서를 한 장 얻어 잡시 살펴보니 (일년에 한 번 若狹國의 遠敷로 흘러드는 香水를 若狹井에서 길어다 본존에게 올린 뒤에 참가한 대중에게도 나누어주며 그 뒤로 송명을 불태워 모든 궂은 것들을 소멸시키는 의례를 지내는데 여러 신도들에게도 그 덕을 입히기 위하여 불꽃의 행진을 한다고 하였다)
"이제 나도 그 불을 보았으니 어깨를 펴고 다녀도 궂은 일이 다가서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그 점이 안심되고 그렇게 좋은 모양이다.
잡상인들이 진을 치고 이것저것 파는 것이 있기에 기웃거려 보니 <닷고야끼>도 있다. <닷고>는 문어인데, 우리 호도과자처럼, 풀빵 속에 호도 대신에 문어 썬 한 조각을 넣었다고 하면 설명이 되겠다. 시장한 김에 그것 14개 한 상자를 500엔에 사들고 공원의자에 앉아 맛을 보는데 풀어먹이는 사슴 녀석들이 혹시 나누어주려는가 싶었던지 따라와 자꾸 기웃거리나 그런 음식 주면 사슴이 병든다는 상식이 있어 야박하지만 혼자 다 먹고야 일어섰다.
나라 긴데쓰 역에서 전차를 탔다. 마침 쾌속급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사는 이웃의 사이다이지역에는 특급, 쾌속급행, 급행, 준급행, 보통열차가 다 선다. 역에 내리니 벌써 10시가 지났다. 집으로 가는 개울가의 길은 여전히 한산하나 하늘에 별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집에 가까웠구나 싶으니 "지금부터 밥을 해먹어? 말어?" 생각이 오락가락한다. 개울물 소리가 요란한 여울목을 막 지나가고 있었다.
꼼짝달싹 못하도록 배긴 사람 틈바구니에 섰는데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더러는 나무가지가 가려서 보기 어려운데 일본에 와서 모처럼 만에 별 구경을 하고 있다. 더 좀 많이 볼 수 있을까싶어 나무가지를 피해보려 하나 어림도 없다. 나무 한 그루 잘라 집 한 채 짓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 나무도 조금만 더 크면 그런 소리 들을 만 하겠다.
뒤통수에 대고 쇳된 목소리의 여인이 아까부터 쉴새 없이 재깔거리고 있다. 안내방송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인데 서넛이 맞장구를 치며 깔깔거리는데 도시 안중에 이웃이란 없는가 보다. 어찌 생긴 여인인가 싶어 슬쩍 뒤돌아보니 50줄에 들어서 막판의 여인 같은데 친구끼리 오랜만에 만났나 보다.
7시 반이 넘었는데도 옴짝달싹 못하고 한 자리에 서있어야 하였다. 이 행사를 설명하는 안내방송이 계속되고 있으나 재깔거리는 쇳된 목소리로 해서 반도 채 알아듣기가 어렵다.
동대사의 이월당에서는 752년부터 이 행사를 시작하였는데 승려들이 修二會를 조직하고 매년 2월20일에 別火를 지피기 시작하면서 수행을 시작하여 3월 17일 까지 지속적으로 行儀를 계속하며 3월 12일에 다락 건물인 이월당에서 긴 대나무에 솔가지 수Kg을 묶어 불을 당겨 부정을 소멸하고는 건물 밖 퇴마루로 나와 달리면서 흔들어대면 불길과 불꽃이 흐트러지면서 장관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 불길만 보아도 일년 내내 궂은 일이 다 소멸된다는 덕담도 이어지고 있다.
생전에 보지 못하던 장관을 보려나 보다 하고 기다려 보지만 아직 좀처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다들 끈질기게 버티고 있다. 중도에 더러 기권하고 돌아갈 만도 한데 한 사람도 되돌아서는 사람이 없다.
8시가 가까워 오니 급히 나오느라 저녁을 먹지 못한 배가 고프다고 신호를 보낸다. 돌아서서 나갈 까 하는 충동도 일어나지만 어려서 은근과 끈기를 배운 민족인데 싶으니 버티기로는 이들에게 지고싶지 않아 그냥 그렇게 하고 있는데 여전히 재깔임은 숨도 쉬지 않는지 계속해서 떠벌리고 있다.
8시가 다 되어서야 먼저 구경한 1진이 물러가고 지금부터 기다리는 2진, 3진이 차례로 층계로 올라가 이월당으로 향한다고 한다. 갑자기 함성이 터진다. 대형 컴퓨터에서 그 소나무 가지에 불을 지핀 松明의 모습이 중계되고 있었다. 뒤에서 볼 수 없던 것이어서 그런지 연상 감탄사가 사방에 울려 퍼지고 있다.
층계를 올라서 이월당이 바라다 보이는 자리에 갔을 때 솔가지 불길이 퇴마루를 내달렸다. 일시에 함성이 터진다. <스고이 - 대단하구나>하는 쇳된 여인의 목소리가 완전히 주변을 압도한다.
그것을 올려다 보았을 뿐 행렬 따라 이동하도록 수십 명의 경찰관들이 유도하고 있어서 도리 없이 물결에 밀려 지나치고 말았는데 뒤돌아 보아도 이렇게 허무맹랑한 일이 있기 어렵겠다. 사진 찍으러 머물면 뒤에서 밀어저치는 바람에 사진 한 장 찍지도 못하고 어둠 속으로 밀려나서 내려오는 수밖에 없었다. 벌써 시간은 9시를 넘어섰다. 그래도 주변의 목소리들은 불평 한마디 없고 투덜거리는 사람도 없으며 오히려 좋은 것 보았다는 감탄과 환희가 그들에게 넘치고 있었다. 어구에는 시골에서 대절해온 관광버스 수십 대가 진을 치고 있다. 그 환희를 맛보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찾아들었는데 관광버스에는 동대사의 <御水取祭>--오미스도리--에 참가한다는 큰 광고 안내판을 달았다.
선전하는 안내서를 한 장 얻어 잡시 살펴보니 (일년에 한 번 若狹國의 遠敷로 흘러드는 香水를 若狹井에서 길어다 본존에게 올린 뒤에 참가한 대중에게도 나누어주며 그 뒤로 송명을 불태워 모든 궂은 것들을 소멸시키는 의례를 지내는데 여러 신도들에게도 그 덕을 입히기 위하여 불꽃의 행진을 한다고 하였다)
"이제 나도 그 불을 보았으니 어깨를 펴고 다녀도 궂은 일이 다가서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그 점이 안심되고 그렇게 좋은 모양이다.
잡상인들이 진을 치고 이것저것 파는 것이 있기에 기웃거려 보니 <닷고야끼>도 있다. <닷고>는 문어인데, 우리 호도과자처럼, 풀빵 속에 호도 대신에 문어 썬 한 조각을 넣었다고 하면 설명이 되겠다. 시장한 김에 그것 14개 한 상자를 500엔에 사들고 공원의자에 앉아 맛을 보는데 풀어먹이는 사슴 녀석들이 혹시 나누어주려는가 싶었던지 따라와 자꾸 기웃거리나 그런 음식 주면 사슴이 병든다는 상식이 있어 야박하지만 혼자 다 먹고야 일어섰다.
나라 긴데쓰 역에서 전차를 탔다. 마침 쾌속급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사는 이웃의 사이다이지역에는 특급, 쾌속급행, 급행, 준급행, 보통열차가 다 선다. 역에 내리니 벌써 10시가 지났다. 집으로 가는 개울가의 길은 여전히 한산하나 하늘에 별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집에 가까웠구나 싶으니 "지금부터 밥을 해먹어? 말어?" 생각이 오락가락한다. 개울물 소리가 요란한 여울목을 막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