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보가 된 신라梵鐘
지난 3월 21일은 春分節이어서 일본 공공기관은 휴무로 하루 쉬는 날이었다.
마침 아스카飛鳥에서 기도라龜虎고분의 특별전시를 한다고 해서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우리 홈페이지의 연구원리포트에 이 고분에 대하여 이 은남선생의 글이 연재되어서 관심 있는 분들은 주목하셨을 터인데 다시 전시를 한다니 궁금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내가 사는 곳 근처 사이다이지西大寺역에서 전철을 타고 중간에 바꾸어 타는 길을 쫓아 아스카역에 당도하니 역전에 사람들이 시끌법석하면서 내리는 사람마다에 쪽지를 주면서 저어리 가보라고 한다. 무심결에 가보니 자전거 빌려 타라는 것이다. 하루 종일 1천엔이면 된다고 한다. 나도 주소와 이름을 적고 한 대 빌려 타고, 내어 주는 간결한 지도를 들고 전시장인 아스카 역사박물관을 찾아 나섰다. 가다가 거북이를 새긴 龜石을 만났다. 언젠가 김대벽선생 모시고 그때도 자전거를 빌려 타고 아스카 순례를 하였을 때 이 거북돌을 만났던 생각이 난다.
벌써 15년도 더 되었을 옛날 이야기가 갑자기 회상되는 것은 역시 외로워서일까?
이럴 때 누군가 옆에 있어 함께 다닌다면 덜 무료할 것 같다. 바람이 분다. 오늘 일기예보는 종일 비가 오기로 되어 있는데 다행이 아직은 비가 오지 않는다.
지난번 우리 한옥문화원 사람들이 아스카에 왔을 때 다녀간 성덕태자가 탄생하였다는 橘寺, 川原寺址, 아스카데라飛鳥寺, 다까마쓰고분高松塚등은 그냥 지나치고 처음으로 궁전을 지으면서 널로 지붕을 이었다는 터를 지나 飛鳥坐神社에 당도하였다. 이 신사는 그 전보다 많이 정돈되고 여러 건물이 들어섰다. 전에 김대벽선생께서 감탄하시던 그 유현한 분위기는 간 곳 없고 남근석을 비롯한 음양석을 죽 늘어놓았던 그 모습도 상당히 바뀌어져 있었다. 일본 제일의 産室이던 분위기가 현대인들의 생각에 밀려 이상하게 변질되었다고나 해야될지 모르겠다.
드디어 전시장에 도착하였다. 내시경,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에와 다른 것은 사방벽에 인물상이 더 있다는 점이다. 그 인물상은 몸은 사람인데 얼굴은 동물이다. 그 중에 호랑이 얼굴은 아주 뚜렷해서 식별하기가 무난하다. 이들은 그것을 12지신상의 한 모습이라고 해석하고 12지신상에 대한 설명을 하느라 애 썼지만 우리 고구려고분 벽화에 서 얼굴의 사람 몸둥이인 형상이 있는 점에서 미루면 12지와는 또 다른 삼국시대의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이들은 주목하지 않고 있다. 누가 관심 있는 분이면 이 문제를 한 번 탐구하였으면 좋겠다.
천장에 그린 星宸圖를 보다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하였다. 여기 벽화는 돌 위에 회를 바르고 그 회를 바탕으로 하고 그림을 그린 예인데, 별자리에 표시된 붉은 동그라미를 그린 도구가 무엇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천장 벽에 그림을 그리려면 올려다보고 그려야 한다. 붓에 안료를 찍어 거꾸로 들고 하늘을 향하고 그린다는 일은 물기가 아래로 흘러내린다는 이치로 해서 절대로 쉽지가 않다. 어찌 그렸으면 저렇게 덧칠하지 않고 말끔하게 선을 그릴 수 있었을까? 덧그리거나 덧칠한 흔적은 보이지 않고 선의 색상이 거의 일률적이다. 어떻게 하는 기법이라야 저 일이 가능할 것인가? 여러 각도로 찍은 사진 중에 조명을 한 덕분에 보였겠지만 회를 바른 벽면에 선을 그은 자국에 조금 움푹하게 패인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는 毛筆로 그렸다기보다는 다른 도구로 그렸을 가능성을 암시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이라면 놀라운 일이다.
오늘의 소득은 이 정도로 만족하는 수 밖에 없겠다 싶어 얼른 전시장을 물러 나오고 말았다. 구내 서점에서 포스터를 비롯한 안내책자를 골라 사다가 일본국보를 해설한 책이 있어 여러가지 책과 함께 사들고 나왔다.
밖에서 잠깐 쉴 겸 앉아 뒤적이다 보니 신라의 동종이 일본 국보로 지정되었고 그것의 해설이 실려 있다. 신라 종의 화려한 외출이구나 싶다. 일국의 국보가 된다는 일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전에 考古美術이라는 동인들이 만드는 잡지에 동국대학의 황수영교수께서 일본에 현존하는 신라 동종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연재한 바가 있어 신라종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보니 새삼스럽게 신라인들의 노고가 돋보여 기분이 상쾌해 졌다.
이번에 일본에 와서 알게된 여러가지 중에 가마꾸라에서 본 한옥 한 채도 기억에 남는다. 가마꾸라 大佛로 알려진 청동불상이 있는 뒤편 후미진 자리에 궁의 어느 건물이었다고 보이는 것이 한 채 어설프게 자리잡고 있었다. 왜 여기 이 건물이 와 있게 되었는지의 내력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싶어 가슴이 무거워지는데 빗방울이 덧는다. 약속된 비가 나리기 시작하려나 보다. 우산을 한 손에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 자전거 탈 자신이 아직은 없어 바삐 아스카역으로 달려갔다.
사실 오늘은 오사카에 나가 우리 국보 특별전을 구경할까 싶었는데 벌써 3시가 넘었으니 가긴 다 틀렸고 그리고 보니 오늘 점심도 엎어지고 말았다. 집으로 가서 싱싱한 회나 사다 놓고 남은 소주나 마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마침 돌아오는 길이 빠르라고 급행열차가 역에 기다리고 있었다. 비가 이제 제법 굵어졌다. 차창에 덧는 빗줄기를 보니 또 덧없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오늘은 말 한마디하지 않고 지내었다. 默言이 수양의 한 방편이라 한다니 그것도 좋을 것 같아 흐르는 장면을 창너머로 하염없이 바라만 보기로 하였다.
지난 3월 21일은 春分節이어서 일본 공공기관은 휴무로 하루 쉬는 날이었다.
마침 아스카飛鳥에서 기도라龜虎고분의 특별전시를 한다고 해서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우리 홈페이지의 연구원리포트에 이 고분에 대하여 이 은남선생의 글이 연재되어서 관심 있는 분들은 주목하셨을 터인데 다시 전시를 한다니 궁금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내가 사는 곳 근처 사이다이지西大寺역에서 전철을 타고 중간에 바꾸어 타는 길을 쫓아 아스카역에 당도하니 역전에 사람들이 시끌법석하면서 내리는 사람마다에 쪽지를 주면서 저어리 가보라고 한다. 무심결에 가보니 자전거 빌려 타라는 것이다. 하루 종일 1천엔이면 된다고 한다. 나도 주소와 이름을 적고 한 대 빌려 타고, 내어 주는 간결한 지도를 들고 전시장인 아스카 역사박물관을 찾아 나섰다. 가다가 거북이를 새긴 龜石을 만났다. 언젠가 김대벽선생 모시고 그때도 자전거를 빌려 타고 아스카 순례를 하였을 때 이 거북돌을 만났던 생각이 난다.
벌써 15년도 더 되었을 옛날 이야기가 갑자기 회상되는 것은 역시 외로워서일까?
이럴 때 누군가 옆에 있어 함께 다닌다면 덜 무료할 것 같다. 바람이 분다. 오늘 일기예보는 종일 비가 오기로 되어 있는데 다행이 아직은 비가 오지 않는다.
지난번 우리 한옥문화원 사람들이 아스카에 왔을 때 다녀간 성덕태자가 탄생하였다는 橘寺, 川原寺址, 아스카데라飛鳥寺, 다까마쓰고분高松塚등은 그냥 지나치고 처음으로 궁전을 지으면서 널로 지붕을 이었다는 터를 지나 飛鳥坐神社에 당도하였다. 이 신사는 그 전보다 많이 정돈되고 여러 건물이 들어섰다. 전에 김대벽선생께서 감탄하시던 그 유현한 분위기는 간 곳 없고 남근석을 비롯한 음양석을 죽 늘어놓았던 그 모습도 상당히 바뀌어져 있었다. 일본 제일의 産室이던 분위기가 현대인들의 생각에 밀려 이상하게 변질되었다고나 해야될지 모르겠다.
드디어 전시장에 도착하였다. 내시경,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에와 다른 것은 사방벽에 인물상이 더 있다는 점이다. 그 인물상은 몸은 사람인데 얼굴은 동물이다. 그 중에 호랑이 얼굴은 아주 뚜렷해서 식별하기가 무난하다. 이들은 그것을 12지신상의 한 모습이라고 해석하고 12지신상에 대한 설명을 하느라 애 썼지만 우리 고구려고분 벽화에 서 얼굴의 사람 몸둥이인 형상이 있는 점에서 미루면 12지와는 또 다른 삼국시대의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이들은 주목하지 않고 있다. 누가 관심 있는 분이면 이 문제를 한 번 탐구하였으면 좋겠다.
천장에 그린 星宸圖를 보다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하였다. 여기 벽화는 돌 위에 회를 바르고 그 회를 바탕으로 하고 그림을 그린 예인데, 별자리에 표시된 붉은 동그라미를 그린 도구가 무엇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천장 벽에 그림을 그리려면 올려다보고 그려야 한다. 붓에 안료를 찍어 거꾸로 들고 하늘을 향하고 그린다는 일은 물기가 아래로 흘러내린다는 이치로 해서 절대로 쉽지가 않다. 어찌 그렸으면 저렇게 덧칠하지 않고 말끔하게 선을 그릴 수 있었을까? 덧그리거나 덧칠한 흔적은 보이지 않고 선의 색상이 거의 일률적이다. 어떻게 하는 기법이라야 저 일이 가능할 것인가? 여러 각도로 찍은 사진 중에 조명을 한 덕분에 보였겠지만 회를 바른 벽면에 선을 그은 자국에 조금 움푹하게 패인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는 毛筆로 그렸다기보다는 다른 도구로 그렸을 가능성을 암시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이라면 놀라운 일이다.
오늘의 소득은 이 정도로 만족하는 수 밖에 없겠다 싶어 얼른 전시장을 물러 나오고 말았다. 구내 서점에서 포스터를 비롯한 안내책자를 골라 사다가 일본국보를 해설한 책이 있어 여러가지 책과 함께 사들고 나왔다.
밖에서 잠깐 쉴 겸 앉아 뒤적이다 보니 신라의 동종이 일본 국보로 지정되었고 그것의 해설이 실려 있다. 신라 종의 화려한 외출이구나 싶다. 일국의 국보가 된다는 일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전에 考古美術이라는 동인들이 만드는 잡지에 동국대학의 황수영교수께서 일본에 현존하는 신라 동종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연재한 바가 있어 신라종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보니 새삼스럽게 신라인들의 노고가 돋보여 기분이 상쾌해 졌다.
이번에 일본에 와서 알게된 여러가지 중에 가마꾸라에서 본 한옥 한 채도 기억에 남는다. 가마꾸라 大佛로 알려진 청동불상이 있는 뒤편 후미진 자리에 궁의 어느 건물이었다고 보이는 것이 한 채 어설프게 자리잡고 있었다. 왜 여기 이 건물이 와 있게 되었는지의 내력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싶어 가슴이 무거워지는데 빗방울이 덧는다. 약속된 비가 나리기 시작하려나 보다. 우산을 한 손에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 자전거 탈 자신이 아직은 없어 바삐 아스카역으로 달려갔다.
사실 오늘은 오사카에 나가 우리 국보 특별전을 구경할까 싶었는데 벌써 3시가 넘었으니 가긴 다 틀렸고 그리고 보니 오늘 점심도 엎어지고 말았다. 집으로 가서 싱싱한 회나 사다 놓고 남은 소주나 마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마침 돌아오는 길이 빠르라고 급행열차가 역에 기다리고 있었다. 비가 이제 제법 굵어졌다. 차창에 덧는 빗줄기를 보니 또 덧없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오늘은 말 한마디하지 않고 지내었다. 默言이 수양의 한 방편이라 한다니 그것도 좋을 것 같아 흐르는 장면을 창너머로 하염없이 바라만 보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