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壽의 이야기사랑방 제 128화

by 신영훈 posted Nov 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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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유가족들과 우리 백안 김대벽선생님 장지葬地에 다녀왔다. 날이 춥긴 해도 맑은 날이어서 오고가고 하는 일은 힘이 들지 않았지만 막상 도착해서 흙속에 계신 어른과 상면하지 울컥하고 가슴이 복받친다. 벌써 떠나신지 한 동안 되신 분의 모습이 감돈다. 내가 이 지경이니 가족분들은 어떠실까 싶어 내색도 못하고 입술만 자근자근 씹었다. 물론 천당에서 우리 광경을 내려다 보실터인즉 더 어설픈 짓은 삼가기로 하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뒷산의 능선의 기운이 이리로 흘러들고 있다. 단풍든 나무들 사이로 소나무 세 그루가 상,중,하 나란히 푸른 기운을 간직하였는데 그 기운이 우리 백안선생님 머리맡으로 흘러들고 있다. 지금은 조금 어긋나 있으니 조금 옮겨드려 저 기운을 고스란히 받으실 수 있게 해드리자고 유가족분들은 의논이 한참이시다.

조금만 자리를 옮겨드려도 뒷산의 기운과 마주 건너다 보이는 저 안산의 높은 봉우리의 정기가 마주치게 되면서 지금 보다 한결 명당의 기운이 더해질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가족들도 그 점에 동의하시고 머지 않아 지금 자리에서 향해서 우측으로 약 3자가량 옮기실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 보겠노라고 한다.

무슨 일이든지 급히 서두르면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백안선생의 별세도 돌연한 일이라 다들 정신이 어떨떨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제자리 보다 약간 빗겨간 자리를 잡고 모시게 되었었다.

급하다는 일은 살아 있는 이들의 입장이지만 너무 조급해서 저지른 일이니 지금이라도 제 자리로 옮겨 모시면 되리라는 유족들의 너그러운 말씀을 들으며 역시 백안 김대벽선생님의 금도가 이래서 빛을 발하셨구나 하는 감격을 느꼈다. 자칫 차질을 빚긴 하였지만 지금이라도 제 격을 갖춘 자리로 옮겨드리는 일이 합당하다는 점을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동의하신다. 곧 이행하기로 현장 분들과도 합의를 하였다.    

백안선생님의 자취를 정리하는 일이 이제 부터 우리들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된다. 그 어른의 그 많은 기록하신 의도를 우리들이 정리해서 흐름을 잡으면 후대에 까지 그 여파가 미칠 것이니 여러가지 방도를 강구하면서 그 어른의 자취를 정돈하였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런 일은 누구의 독단이기 보다는 여러 사람들이 마음을 합해 차질 없이 이행하여야 할 일이니 산소 자리를 옮기는 것 같은 시행착오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사람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시행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분들의 의견을 망라하면 다양한 방안이 제시될 수 있으려니 여럿이 모여 충분히 마련하고 성심껏 진행하면 우리 백안선생님의 자취를 멋지게 계통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木壽는 생전에 모시고 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운 덕분으로 이 정도나마 탐구를 지속하고 있으니 당연히 그 어른의 자취를 정리해 드려야 할 터인데 세상 물정을 모르고 살 고 있어서 막상 어찌해야 할찌를 망설이면서 속만 끓이고 있다. 시원치 못한 후배의 어리석음으로 해서 백안선생님의 생애를 추도하는 큰 길의 걸림돌이나 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생각이 깊으시고 진행에 밝으신 분이 좀 일깨워 주시면 멋진 성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어느 분이시던지 방안을 알려주시면 木壽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