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는 결코 가구를 만들기에 풍족한 여건을 갖춘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부족한 조건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정신력으로 그 부족함을 채워 나갔던 시대였습니다. 가구 제작을 위한 특수한 연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간과 지혜를 더하여 성실한 마음가짐으로 제작에 몰두했기에 가능했던 결과입니다. 가구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였고, 기초 단계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의 진로를 향해 긴장을 더해갔습니다. 그리고 완성에 이르기 위해 더욱 많은 시간과 공력을 들여 최선에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이 모여 많은 결핍을 보충했던 것입니다. 최소에서 최대를 얻기 위해 노력했으며 어떻게 하면 단순하면서 불편함이 없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치장을 과하게 하지 않으면서 아름다움(美)을 압축하여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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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가구는 실물 스케치와 그 가구들의 치수를 기록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진, 도면 등에 비해 정밀성은 떨어지지만 스케치를 통해 형태를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보도록 하기 위하여 이러한 기획을 해보았습니다. 혹시 이 책을 가구의 보존을 하려는 분들이 참고 자료로서 읽으신다면 제작 과정을 역추적하여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하시는 보존이 우리의 후대에게 남겨줄 수 있는 옛 것의 귀한 증거물이 될 수 있으니 임시방편이 아닌, 보존을 위한 보수의 입장에서 생각하셔서 선대가 귀히 증거물이 될 수 있으니 임시방편이 아닌, 보존을 위한 보수의 입장에서 생각하셔서 선대가 귀히 여겼던 ‘생명을 살리는 정신’을 이어 받으시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새로운 가구를 만들고자 하시는 분들에게는, 미학의 입장에서도 보기 좋고 실용성에 있어서도 사용하기 좋고, 충분히 아낄 가치가 있는 생명이 있는 가구로 창안되기를 개인적으로 바랍니다. 특히 제작에서 있어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안이하게 처리하거나 약식 처리하여 부족함을 남기지 말길 바랍니다. 우리들의 선조가 했던 것처럼 전(前) 공정보다 후(後) 공정에 성실히 노력을 더하여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참고했으면 합니다.
과연 진정 어떤 것이 보기 좋으며,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지 그리고 실용성을 동반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극히 적은 일부이지만 만들어 사용했던 가구를 통해 그 근본을 생각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_ 저자 정대영 님의 글 '들어가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