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실내공간 구현을 위한 표준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지난 1년간 '고품격 한국적 스타일 개발 및 확산사업' 성과를 13일 내놓았다.
이는 한옥의 건축 요소나 소재, 전통적 공간 개념을 현대 건축물에 응용하는 것은 물론 실내에 구현된 ‘한국적 실내공간’의 여러 장점을 확산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마련됐다.
한국적 실내공간에 디자인 요소를 반영, 시범 조성된 공간으로 ▲ 한국적 공간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공시설로 세종시 국무총리실 접견실 ▲ 기획재정부 장관 접견실 ▲ 학생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문화적 감수성을 회복하는데 기여하기 위한 공간으로 서울 국립국악학교와 경남 통영 용남초등학교 실내공간이 시범 조성돼 공개됐다.
또한 우수사례로 선정된 공간으로 ▲ 문화 공간 2개소(정동극장, 배상면주가 세월랑) ▲ 교육공간 2개소(국립국악고등학교, 통영 용남초등학교) ▲ 상업 공간 5개소(조선호텔, 가마 광주요,지수화풍 360CC, 연타발 해운대점) ▲ 주거 및 기타 의료 공간 2개소(지노하우스, 편강한의원) 등이 뽑혔다.
한국적 실내공간은 한국 고유의 정서와 역사 및 의미가 담겨 있어 문화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고 자연적 재료 활용에 따른 친환경 공간, 공간 사이의 유기적 연결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열린 공간이다. 특히 한국적 공간은 소통과 여유, 친환경, 정서적 안정감. 스토리가 있어 현대화, 세계화를 통해 중요한 한국적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다.
과거 한국적 건축 및 디자인과 관련한 논쟁 및 적용이 오래전부터 건축가에 의해 진행돼 왔다. 건축에 있어서 1960년대 이후 전통 공간의 의미를 계승하고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이뤄지면서 프랑스 대사관(김중업, 1961년), 세종문화회관(김중업, 1970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김수근, 1971년) 등 한옥의 외형적 요소를 직접 차용하는 건축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김중업-김수근의 '전통 논쟁'은 거대한 건축 담론을 형성,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올림픽 주경기장(김수근, 1984년), 올림픽 조형물(김중업, 1985년), 독립기념관(김기웅, 1987년), 예술의 전당(김석철, 1988년) 등은 한옥의 외형 요소를 차용하면서도 디자인에 있어서 한국적 모티브를 활용하는 단계로 이어졌다.
1993년 승효상의 '수졸당'이나 2001년 류춘수의 '월드컵 상암 경기장' 등은 한국적 공간 특성을 잘 적용한 작품이며 2008년 김용미의 '국악당'은 전통공간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실내공간 디자인 또한 건축에 적용되는 것과 궤를 같이 하며 전통 소재를 통해 시각화, 대중화, 일부 간접 차용 등 다양한 형태가 나타났다.
이처럼 부분적이나마 한국적 실내공간이 설계나 리모델링을 통해 한옥 원형 ‘재현’, 전통 소재의 적극적인 활용, 현대적 ‘변형’ 혹은 ‘재해석’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적 실내공간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다
방성규 문화부 문화예술국장은 "우리 삶을 담은 그릇인 한국적 실내공간이 아름답고, 문화적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적 실내공간은 스토리텔링이 있으며 여유와 소통의 장점을 담고 있어 세계화, 현대화하는 '한국성' 회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및 관련 부처, 단체들은 새로 마련된 가이드라인 확산에 나선다. 이를 위해 한국적 공간 전력 연구 및 기초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전국 115개 공간을 분석해 한국적 실내 공간의 정의와 특징, 구현 방법 등을 제시해 관계 공무원 및 건축가들이 전국적으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파급력이 큰 공공건축물보다는 민간건축물이 한국적 실내공간 확산을 주도하는 것을 감안. 한국적 공간문화를 선도할 대표적인 공공시설부터 한국적 실내공간 적용을 유도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한민호 문화부 지역민족문화과장은 "우리나라 주택은 1800만호 수준으로 이 중 한옥이거나 한옥 요소가 적용된 주택이 1%도 안 된다"면서 "한국적 공간 및 디자인을 적용하고 확산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출처: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2013.03.13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