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편수 신응수씨-도예가 조정현씨와 작업
• 연꽃 새긴 장대석… 비단 바른 사창 등
• 집안 구석구석이 ‘예술 작품’
• "제대로된 한옥 짓고싶었어요"
『소나무에 아무 색도 입히지 않고 짓는 백골(백골)집이 살림집 한옥입니다. 그것을 골라 지어 열여섯칸 집을 마련했으니 제가 복이 넘치는 사람이지요. 』
우리 문화에 깊은 사랑을 지닌 한 주부의 정성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한옥을 한채 낳았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 하회마을. 풍산 유씨 종가댁이 있는 문화재 보존지구에 순 우리식 한옥 「심원정사」를 지은 윤용숙씨(윤용숙ㆍ60). 88년 건축 허가를 받아 3년간 도편수와 목수들을 이끌고 집 한채 지은 이야기를 「어머니가 지은 한옥」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어려서 삼청동 한옥에서 자랐습니다. 그 후로는 서울살이에서 제대로 된 한옥 맛을 볼 수가 없었어요. 언젠가 꼭 한채 지어보자고 마음먹고 있다가 남편이 은퇴하면 고향 마을로 내려가 살자고 해 인연이 닿았습니다. 』 윤씨 자신이 풍산 유씨댁 며느리다. 하회마을서 태어난 남편 류홍우씨(유홍우ㆍ74ㆍ사업)는 나이를 잊은 현역. 아들 다섯에 딸 둘, 7남매의 어머니인 윤씨는 숙명여대를 나와 59년부터 3년간 인천 박문여고에서 국어교사로 일했고, 지금은 여성문제 연구회 회장,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로 활동한다.
집을 짓는 데에는 모든 솜씨를 다했다. 경복궁 복원을 맡았던 도편수 신응수(신응수)씨가 총지휘했고, 장독대 벽은 도예가 조정현씨(조정현ㆍ이화여대 교수)가 경복궁 자경전 샛담을 현대화해 꾸몄다. 나무가 묵어 변색돼도 잘 어울리도록 발그레한 의정부 화강석을 갖다썼고 쇠장석에 검정 입히는 일은 윤씨가 직접 배워 해냈다. 기단을 쌓은 장대석에는 송광사 스님이 연꽃을 새겨줬다. 이런 일들이 진행되는 3년동안 윤씨는 줄곧 하회마을에 살았다.
집 짓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한 여름 방충망을 겸하면서 시원한 바람은 들어오게 엷은 비단을 바른 사창(사창), 팔작지붕 용마루아래 큼지막한 삼각형을 꾸민 합각 치장. 그리고 경상도식 배불뚝이 항아리와 예산 친정 숙모댁 물항아리, 자배기에 이르기까지 친지들에게서 얻은 순 토종 옹기항아리도 그의 눈썰미로 모은 물건들이다.
『한옥 연구하는 신영훈 선생께서 집짓는 이야기를 꼭 기록해보라고 권했습니다. 실제 건축기록이 거의 없어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다고요. 』 그래서 이 책에는 건축 허가서로부터 목수, 미장 등 일하는 사람과 겪은 갈등과 만족, 재료 구하러 다닌 고충, 마을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실려있다.
사진작가 김대벽(김대벽)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 해낸 사진기록도 뛰어나다. 책은 대학 도서관과 주한 외국문화원 등에 연구용으로 기증할 예정. 13일 오후6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발행일 : 1996.06.13 기고자 : 박선이/ 박선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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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꽃 새긴 장대석… 비단 바른 사창 등
• 집안 구석구석이 ‘예술 작품’
• "제대로된 한옥 짓고싶었어요"
『소나무에 아무 색도 입히지 않고 짓는 백골(백골)집이 살림집 한옥입니다. 그것을 골라 지어 열여섯칸 집을 마련했으니 제가 복이 넘치는 사람이지요. 』
우리 문화에 깊은 사랑을 지닌 한 주부의 정성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한옥을 한채 낳았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 하회마을. 풍산 유씨 종가댁이 있는 문화재 보존지구에 순 우리식 한옥 「심원정사」를 지은 윤용숙씨(윤용숙ㆍ60). 88년 건축 허가를 받아 3년간 도편수와 목수들을 이끌고 집 한채 지은 이야기를 「어머니가 지은 한옥」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어려서 삼청동 한옥에서 자랐습니다. 그 후로는 서울살이에서 제대로 된 한옥 맛을 볼 수가 없었어요. 언젠가 꼭 한채 지어보자고 마음먹고 있다가 남편이 은퇴하면 고향 마을로 내려가 살자고 해 인연이 닿았습니다. 』 윤씨 자신이 풍산 유씨댁 며느리다. 하회마을서 태어난 남편 류홍우씨(유홍우ㆍ74ㆍ사업)는 나이를 잊은 현역. 아들 다섯에 딸 둘, 7남매의 어머니인 윤씨는 숙명여대를 나와 59년부터 3년간 인천 박문여고에서 국어교사로 일했고, 지금은 여성문제 연구회 회장,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로 활동한다.
집을 짓는 데에는 모든 솜씨를 다했다. 경복궁 복원을 맡았던 도편수 신응수(신응수)씨가 총지휘했고, 장독대 벽은 도예가 조정현씨(조정현ㆍ이화여대 교수)가 경복궁 자경전 샛담을 현대화해 꾸몄다. 나무가 묵어 변색돼도 잘 어울리도록 발그레한 의정부 화강석을 갖다썼고 쇠장석에 검정 입히는 일은 윤씨가 직접 배워 해냈다. 기단을 쌓은 장대석에는 송광사 스님이 연꽃을 새겨줬다. 이런 일들이 진행되는 3년동안 윤씨는 줄곧 하회마을에 살았다.
집 짓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한 여름 방충망을 겸하면서 시원한 바람은 들어오게 엷은 비단을 바른 사창(사창), 팔작지붕 용마루아래 큼지막한 삼각형을 꾸민 합각 치장. 그리고 경상도식 배불뚝이 항아리와 예산 친정 숙모댁 물항아리, 자배기에 이르기까지 친지들에게서 얻은 순 토종 옹기항아리도 그의 눈썰미로 모은 물건들이다.
『한옥 연구하는 신영훈 선생께서 집짓는 이야기를 꼭 기록해보라고 권했습니다. 실제 건축기록이 거의 없어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다고요. 』 그래서 이 책에는 건축 허가서로부터 목수, 미장 등 일하는 사람과 겪은 갈등과 만족, 재료 구하러 다닌 고충, 마을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실려있다.
사진작가 김대벽(김대벽)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 해낸 사진기록도 뛰어나다. 책은 대학 도서관과 주한 외국문화원 등에 연구용으로 기증할 예정. 13일 오후6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발행일 : 1996.06.13 기고자 : 박선이/ 박선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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